태국 방콕에서 2-3시간이면 즐길 수 있는 '산'을 경험할 수 있는 카오야이는 태국인들의 인기 여행지다. 사실 여러 번 카오야이에 들렀었고 올 때마다 이탈리아풍의 알파카 농장, 계곡, 딸기 따기 체험 등은 좀 식상하고 새롭지 않다. 오랜만에 찾은 카오야이에서는 정말 호텔에서 먹고 자고만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카오야이에 도착했다.
방콕의 오밀조밀 촘촘하게 붙어있는 도시에서 벗어나니카오야이의 모든 호텔이며 카페며 음식점을 사이사이는 초록으로 가득하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힐링받는 느낌이다.
그래도 현대인이라면 뭔가를 했을 때만 느끼는 충족감이 있다보니 새로운 걸 찾게 된다. 그런데 우연히 리조트로 가던 길에 발견한 마치 애벌레 모양의 흥미로운 놀거리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The Secret Garden Khaoyai
더 시크릿 가든 카오야이
1. 우연한 발견, 필연적 방문
이번 카오야이 여행의 첫번째 숙소인 무티마야 리조트에 체크인하러 가는 길에 발견한 더 시크릿 가든 (The Secret Garden)은 멀리서 보니 뭐가 흥미로운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흔히 카오야이에서 상상하는 예쁜 꽃 정원쯤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리조트에 도착했다.
체크인할 때 물어보기도 전에 무티마야에 숙박하는 숙박객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며 '더 시크릿 가든' 입장 티켓을 같이 전해준다.
* 무티마야 리조트 숙박객 무료, 드론쇼는 별도 추가 400바트 (강력 추천)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리조트에서 수영을 하고 나니 출출했다. 호텔 식당은 이미 가봤으나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다시 지나치니, 보고 결정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크릿 가든을 다시 만났다. 다녀온 결론만을 두고 후기를 말하자면, 볼거리가 너무 많아 100% 전부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로징 시간에 딱 맞춰 나왔으며, 뒤늦은 저녁 식사는 근처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해서 리조트 안에서 해결했다. 배는 고팠지만 너무 만족했다.
2. 설레는 입장
입구부터 뿜어져 나오는 태국만의 분위기에, 조금씩 가깝게 들려오는 라이브 뮤직과, 조금은 싸늘하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내가 낯선 곳에 있음을 괜스레 실감 나게 한다. 그리고 낮엔 더워서였는지 찾아볼 수 없었던 관광객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곳에 다 모여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왠지 반갑다.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한쪽에 넓은 꽃밭을 두고,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새하얀 천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 뷔페로 제공하는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 옆으로는 라이브로 노래를 불러주고 있다.
이 분위기는 뭐라고 설명해야 적당할까? 그냥 "좋다"로는 확실히 부족하다.
3.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주는 "우연한 기쁨"
입장할 때 저 멀리 보이는 꽃밭과 '애벌레 형태의 조형물'이 궁금하긴 했으나 그 이상의 기대감은 없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 "애벌레 형태의 조형물"의 안과 밖은 작은 조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외형은 마치 큰 애벌레였으나 그 애벌레 사이로 난 구멍을 통해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은하수 속에 있는 느낌이 든다. 작은 전구들은 별이 되고 나는 그 안에 있는 것 같은 환상이 든다. 그리고 천장에 뚫린 구멍을 통해 보이는 그날의 달을 만났다. 마치 달을 감싼 흑백이 달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이 날의 달이 기억에 남는다.
한참을 고개를 들고 달을 구경하고 있자니, 곧 드론 쇼를 관람할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사실 이곳에 대한 정보도 많이 없거니와 "갑자기 드론 쇼"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배도 고팠지만 이미 이곳에서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충족이 되었기에 조금의 시간과 돈을 투자해 보기로 했다.
다시 입구로 가서 추가 표를 구매하고 나니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있으니 우리를 태우러 카트가 도착했고 우리를 멀지 않은 호텔 내부의 잔디밭으로 데려다주었다. 이미 예약을 한 사람들은 편안히 준비된 캠핑 의자에 앉아 드론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론 쇼는, 백대 정도의 드론들이 카오야이 하늘에 다양한 모양을 그려주었다. 당연히 올림픽 정도의 장대하고 화려한 드론쇼는 아니었지만 지금 이 장소에 걸맞은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고 우리는 별것 아닌 모양에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값어치 있는 시간이었다.
십 분 정도의 짧은 쇼가 끝나고 다시 우리는 원래의 장소로 돌아가 드론쇼와 함께 구경이 가능한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절대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사실 드론쇼가 포함된 추가 티켓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애벌레 형상의 조형물을 뒤로하고 다리를 건너면 산길로 이어진다. 귀곡산장을 연상케 하는 배경음악도, 으스스한 느낌의 인공 안개도 이곳을 귀신의 집 체험 정도로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만 느끼는 무서움을 이겨내며 산길로 올라서니 마치 다른 세계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길을 따라 오르니 나무 사이에, 그리고 계곡에 조명이 설치되어다. 어두컴컴한 자연에 색색의 조명을 입히니 다른 느낌의 자연의 색을 경험할 수 있었고, 신기하게도 조명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나는 산의 깊숙한 모습들이 보였다. 어둠 속의 빛에서 더욱더 선명해지는 자연의 실제를 경험했다.
길은 한 방향으로 나있어 길을 잃지는 않겠다는 게 유일한 믿음인 이곳은 직원들도 없다.
한 방향으로 난 길만 따라가면 된다.
또 길을 나서니 다른 빛이 나온다. 얇은 천을 스크린 삼아 영상을 쏘고 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얇은 천에 투영된 스크린엔 사슴이며 호랑이가 자연 속을 활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하니 마치 살아있는 느낌의 짧은 "살아있는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이다. 짧지만 새로운 영상들이 계속해서 플레이되니 자리를 뜰 수가 없어 한참을 서있는데, 이제 곧 폐장시간이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아쉬움을 달래며 빠르게 지나쳐온 길에서도 많은 것들을 스쳐 지나쳤다. 태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눈이지만 비닐 소재의 특징을 살려 겨울왕국을 표현한 공간은 신선했으나 빠르게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오는 길은 넓은 들판이었고 조명이 약해 하늘의 별은 빛났다.
허밍이 절로 나오는 길이다.
4. 꽉 찬 하루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을 넉넉하게 두고 찾았을걸, 그랬다면 좀 더 여유롭게 끝까지 봤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까지도 나쁘지만은 않았던 그런 "새로운" 볼거리를 발견해 꽉 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특히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지는 요즘 새로운 경험으로 보낸 나만의 "하루"가 소중해졌던 그런 날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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